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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빛의 꽃송이를 피운다 -2 단청작가 구본능
2018-06-27 13:10:16   조회:216회

장엄한 빛의 꽃송이를 피운다

_단청작가 구본능 



단청풍경.JPG


이기인 :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단청 특색이 있는지요. 이웃나라와 비교했을 때 뭐가 다른지요


구본능 : 단청은 동절기가 되면 채색이 얼게 되어 시공이 불가능합니다. 농한기처럼 일이 한가해지죠. 이 시절이 되면 주로 다른 나라나 지방의 오래된 사찰 법당으로 단청을 보러 다니곤 했습니다. 중국단청은 이렇다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며 일본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전통적인 단청이라 할 수 있는 옛 단청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보이는 그대로의 단청 특징보다는 정신적인 면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단청은 민화처럼 조금은 부족한 것 같으면서 어수룩한 면이 있고. 화려하다는 인상보다는 질박하고 검소합니다.

중국의 자금성 태화루나 일본의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인 동조궁에서 볼 수 있는 황금으로 장식한 단청은 엄연히 경복궁 근정전이나 통도사의 적멸보궁의 단청과 다릅니다. 화려함의 정도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조에 나오는 말인데요. 온조왕 당시 궁궐을 지었는데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게 지었다는 기록입니다. 당시의 철학적 배경에서, 검소한 삶의 실천을 몸소 지킨다는 것이 사회의 큰 미덕으로 여겨졌다는 것인데. 군왕으로서는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신을 높이 사는 풍토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2,000년이 넘게 이어져온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금으로 온통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금은 금쪽 같이 쓰는 품격이야말로 우리의 참다운 정체성일 것입니다.

 

 


단청3.jpg




이기인 : 시대별, 지역별 혹은 건축물에 따른 단청의 특징은 대체로 어떻게 다른가요.

 

구본능 : 서울과 지방의 다른 점을 말하기보다는, 예로부터 상당한 지리적 거리에 의해 격리된 지역이라도 한반도 전체를 활동지역으로 삼았던 단청 화원의 집단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화원집단의 화풍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지금도 여전히 드러납니다. 시대적인 단청 특징이라면, 광범위한 단청의 역사를 말씀드려야 할 질문인데요. 당연히 시대별로 단청은 변화를 거듭해왔고 지역적으로도 그 특징은 나타납니다. 단청은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단청이라는 도구로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문화, 종교에 따라 문양의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고, 사용하는 물감도 달라지면서 배색도 달라져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게 됩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유행이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단청의 실체가 남아 있진 않지만 백제와 신라 고구려의 단청은 나름의 문화적 성향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당나라 양식과 견주어 삼국의 양식은 국제적 양식에 뒤지지 않는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송나라 때의 건축양식에 관한 책인 영조법식에서는 최고 등급의 문양을 해석류문(석류무늬)으로 꼽는데, 이는 신라에서 당, 송으로 건너간 문양으로 보고 있습니다. 백제의 담징이 일본으로 건너가 호류지의 금당벽화를 그린 사실도 유명하고요, 이후로도 고려불화의 품격을 비추어 고려시대의 단청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훌륭한 양식을 거쳐 조선으로 들어온 단청은 성리학의 검약한 삶을 표방하는 단청이 되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단청은 몇 몇 건물을 제외하고는 조선 후기의 단청이 대부분인데요.여기에서도 서양미술의 원리와 개념에 필적할 단청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훌륭한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근대를 거친 현대 단청은 문화교류의 영향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검약함보다는 화려하고 세련된 미학을 추구하는, 현대적 단청으로 옮겨갑니다.


궁궐과 사찰의 단청은 추구하는 이상이 다름으로 단청의 양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궁궐 단청은 사찰단청에 비해 단순한 문양을 사용하며 정연한 질서를 갖춥니다. 사치스럽지 않게 하되 화려하고,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은 단청으로 변화했습니다. 임금 스스로 실천한 결과이고요.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품격 높은 단청입니다. 사찰의 경우는 부처님의 세계를 찬한 경전의 내용에 따라 불국토의 광경을 구현한 단청임으로 화려하고 상서로운 단청 장엄을 취합니다. 정리하자면 몸을 낮추고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는 유교식 단청은 임금님 몸소 하향평준화를 실천한 것이고, 부처님세계를 구현한 법당의 단청은 사치스럽지 않은 정도로 상향평준화한 단청입니다.

 

 



단청4.jpg




이기인 : 고궁과 오래된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마주치는 단청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다가아닌 구체적인 미감을 살피고 싶습니다. 전문가이신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좋은 단청, 멋진 단청, 의미가 남다른 단청에 대해서 조금 알려주시죠.

 

구본능 : 단청은 건물에 여러 색으로 그려진 일종의 그림입니다. 미술을 잘 몰라도 누구든 저마다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의 기준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단청이 잘된 단청일까요? 사찰의 경우는 종교적 경외감이 드는 단청과 불국토의 광경을 펼쳐놓은 것 같은 단청일 겁니다. 대표적으로는 통도사 영산전의 단청을 들 수 있습니다. 영산전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후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영산회상의 장면을 구현한 것으로 건축적 구조와 단청문양의 구성, 벽화의 내용 등이 조화롭게 디자인되어 단청의 종교적 기능과 예술성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영산전 단청에는 설법당시 일어난 상서로운 현상인 꽃비가 내리는 장면이 천정에 가득한 화려한 꽃무늬로 구현하였고 맞은편 벽에는 영산회상 당시 땅에서 금탑이 솟아나고 탑의 중앙에서 다보여래가 나타나 설법의 내용을 증명하는 장면이 그려진 견보탑도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 도상의 기본이 되는 석씨원류응화사적의 내용을 그린 벽화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전각의 내부에 들어가 단청으로 구현된 경전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시공을 초월하여 영산회 당시에 초대되어 설법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종교적 충만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서양과 비교하자면 영산전의 벽화와 단청은 미켈란젤로가 성경 내용을 그린 시스티나성당의 벽화와 장식과 다름이 없이 종교적 기능에 충실한 최상급의 장엄을 보여줍니다.  단지 문화적 컨텐츠가 다를 뿐이죠.


영산전 단청에서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벽화는 따로 있습니다. 영산전에 들어서면 부처님이 모셔진 불단 위에 구름사이에 용이 서려 있는 모습을 그린 운룡도인데요. 얼른 봐도 다른 벽화의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솜씨로 자신만만하게 그린 기분 좋은 벽화입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일본이나 중국, 서양의 장식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우리미술의 특징을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생각해 보세요. 통도사에서 중요한 전각인 영산전의 단청에서 기라성 같은 화원들 사이에서 미숙한 솜씨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허용한 너그러운 스승의 인자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교적으로 이해하자면 잘 그리는 것보다 참여하여 공덕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다소 부족한 솜씨의 화원에게 가장 잘 보이고 중요한 곳의 벽화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종교적 포용력이 벽화에서 느껴집니다.

못 그리고 잘 그리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고 계신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영산전이라는 한 공간에서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린 주악천인도(奏樂天人圖)’와 어설픈 운룡도(雲龍圖)’가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한국 불교의 철학을 보여주는 최고의 설법장면이라고 설명하고는 싶습니다.  



운룡도2.jpg
통도사영산전 불단 위의 운룡도


noname01.png

통도사 영산전 단청의 주악천인도. 얼굴 크기가500원 동전만한데도 그 표현이 세밀하고 치밀하다. 야말로 정교한 솜씨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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