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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적
2017-09-21 01:23:34   조회:162회

내안의 적, 무지

 

  남방불교의 교리에 따르면 마음은 의식과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52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52가지 요소들이 상황에 따라 결합되어 갖가지 마음 상태나 작용을 담당한다고 하네요. 이러한 요소들은 유익한 것과 무익한 것,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들로 구분됩니다. 이 기능들이 복합 작용하여 우리의 성격, 판단, 생각 등을 관장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즉 계발하면 할 수 록 계발 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래서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 유익한 기능을 활성화시키기도 합니다. 반대로 무익한 기능도 강화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삶도 점점 힘들어 지겠지요. 유익한 기능이 많이 계발되고 작용해 준다면 바람직하지만 아쉽게도 평소 우리들의 마음 상태는 오히려 무익한 기능이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답니다.

 

  명상의 핵심 요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자각력, 집중력, 정신력, 믿음, 지혜 등입니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요소도 모두 이 52가지 요소에 포함됩니다. 뿐만 아니라 아주 근본적인 인식 과정의 기능도 모두 52가지에 해당됩니다. 52가지 요소 중에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모르는 것입니다. 명상에서 말하는 무지는 순간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 깨어있지 않은 상태, 착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평소 우리는 이 무지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작용합니다. 거의 습관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간순간 자신을 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듣는 것, 맛보는 것 등의 대상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잘 의식하지도 못하며 어떤 상황을 자신의 생각대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원인도 바로 이 무지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신과 함께하면서 함께한다는 것을 완전히 감추고 있기에 제일 무서운 내부의 적이기도 합니다.

 

  옛날 인도에 한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평소 정신 수행에 큰 열망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 수행자는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히말라야 산으로 수행을 하러 떠납니다. 그곳에서 많은 고행과 수련 끝에 신통력을 얻게 되고 그래서 다시 옛날 살던 동네로 되돌아옵니다. 고향에 돌아온 이후에도 다른 수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빌어먹고 나무 밑이나 동굴 등지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얼마 후 이 수행자의 능력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왕은 이 수행자를 초청하여 공양을 베풀었습니다. 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왕은 더욱 이 수행자를 존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매일 공양 베풀 것을 약속하고 매일 왕궁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수행자는 그 청을 받아들이고 매일 공양을 받으러 왕궁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에 산적 떼가 출몰한다는 소식에 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산적 토벌을 떠나게 됩니다. 떠나기 전 왕비에게 매일 자신이 존경하는 수행자에게 공양 베푸는 것을 잊지 말고 지극정성으로 임하라고 신신당부하였습니다. 공양 때가 되어 왕비는 정성을 기우려 음식을 준비하고 바닥에 앉아 수행자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 날 수행자는 다른 날과 달리 신통력을 사용하여 왕궁의 2층 까지 날아갔습니다. 갑자기 수행자가 날아오자 왕비는 놀라게 되었고 벌떡 일어나다가 자신을 옷을 밟아 옷이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왕비의 벗은 몸을 본 수행자는 순간 자신의 수행을 잊어버리고 몸의 충동에 끌려 그만 왕비를 겁탈하고 말았습니다. 충동에 굴복해 큰 죄를 저지르고 만 수행자는 너무나 큰 죄책감과 두려움에 왕궁을 도망쳐 나와 다시 히말라야 산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신통한 능력도 바로 사라지고 더 이상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다시 왕궁으로 돌아온 왕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상실감에 빠져버렸습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인을 겁탈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군사를 풀어 그 수행자를 잡아와 죄값을 치르게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복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다시는 그 어떤 수행자에게도 공양을 베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참으로 비통한 결말입니다. 수행자나 왕비, 더 이상 복을 짓지 않기로 한 왕 모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것입니다. 이 모든 비극은 따지고 보면 한 순간의 무지로부터 발단된 것입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욕망에 눈이 멀어 순간과 미래의 상황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몸에 병이 있거나 성격의 문제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대략적으로나마 그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지는 그 실체도 가늠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주 무서운 마음 요소입니다. 또한 무지가 고통의 원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마지막 순간까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나름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고 수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 목적이 무엇이던지 간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의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마음이 관리되지 않으면 다 허사가 되고 맙니다. 마음을 관리한다는 것은 현재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자각하는 것, 그리고 유익한 기능을 계발시키고 해로운 기능은 최대한 억제하는 것입니다. 유인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 내용을 잘 알고 그 마음을 반복해서 가지게 되면 결국 습관화 됩니다. 유익한 마음의 성향이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해로운 마음의 작용도 줄어들겠지요.

 

  자각과 지혜는 무지의 정반대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들도 노력한다면 계발되고 힘이 커집니다. 자각하는 마음은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 현재의 삶을 성찰하게 합니다. 그런 성찰을 통해 무언가 문제를 깨닫고 더 나아지려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물론 그냥 자각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요. 더 나아지려는 마음을 일으키면 그동안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부분을 보고 알 수도 있습니다. 앎은 지혜를 가져오고 지혜는 또 새로운 마음을 만듭니다. 따스한 봄기운에 두꺼운 땅껍질을 뚫고 새싹이 솟아오르듯이 이제 무지, 무명의 두꺼운 껍질을 벗어나 보지 않겠습니까?

                                                                                                          지 장(한국문화연수원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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