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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2018-06-28 14:07:42   조회:43회
옛날에 옛날에
_ 재 연 (선운사 초기불교 승가대학원 강주)


조그만 산골 마을에 한 아이가 있었대. 할머니랑 단둘이 살았는데, 이름이 문수였다나. 탁발 오신 노스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래. 

하루는 동무들이랑 함께 머루 따러 산에 갔대. 등성이 세 개 넘고, 내 둘 건너고, 또 산자락 돌고 돌아 아주아주 깊은 골까지 갔었대. 모두들 주머니가 불룩해가지고 신이 나서 돌아오는데, 병풍바위 밑 아늑한 양지 끝에 맷방석만한 율무밭이 있더라지 뭐야. 어어, 이상하다, 그지? 이 깊은 골자기, 떡갈나무 아래 어떻게 율무가 자랐을까?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렸지. 문수는 다래랑 어름이랑 넣은 주머니에 율무도 한 움큼 따담아왔대.

가져온 율무에 구멍을 뚫어 백팔 염주 두 개를 만들었지. 하나는 할머니 드리고, 하나는 문수 제 목에도 걸었대. 할머니는짬만 나면 염주를 세시며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외시는데, 문수는 그냥 “간셈보살, 간셈보살!” 그렇게 불렀다지 뭐야. 어쩌다 한 번씩 동네에 들르시는 노스님이 그걸 보시고 간셈보살이 아니라 관세음보살이라고 고쳐주시며, “네 이름 문수보살의 문수니 그냥 ‘나무 문수사리보살!’ 그렇게 외거라.” 그러셨대.
어느 날, 할머니께서 손에 율무 염주를 고옥 쥐시고 감은 눈을뜨지 않으시더래. 아침 해가 환히 떠오르는데도, 문수는 꼬박사흘을 걸어 노스님 계신 암자로 가서 물었지. 우리 할머니 가신 곳이 어디냐고. 노스님께서 뭐라셨는지 알아?

“네 이름이 지혜보살, 문수인데 그걸 나에게 묻느냐?”

동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문수가 많이많이 보고 싶었대. 순이랑 희야랑 철이랑은 가끔 “왜 자꾸 송홧가루가 눈에 들어간다냐?” 그러면서 눈을 비비지 않았겠어. 어느골짜기 원추리꽃 빛깔이 고운지, 나리꽃은 어디 가야 많은지. 어떻게 생긴 찔레 고동이 단지, 어느 바위 부엉이 눈이 가장 큰지…… 문수가 제일 잘 알았거든. 문수 스님은 쬐그만 바랑 하나 지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떠돌았대. 오늘은 이 골짜기, 내일은 저 강. 가진 거라고는 입고 있는 홑 것 한 벌에 바랑 속의 가사 한 영, 바리때 하나, 목에 건 율무 염주가 모두였지. 글쎄, 스님이 속옷도 안 입었다나. 오십 년 뒤에 늘어난 재산 하나가 겨우 꼬부라진 명아주 지팡이였다지 뭐야.

마지막으로 함박눈 사부작사부작 내리는 고갯길 오르시는 문수 노스님을 보았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노스님, 이 눈길에 어딜 가시나요?” 물었더니, “고향에 간다오.” 그러시더래. 노스님 말씀하신 고향이 그작은 산골 마을이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거야. 그 눈길에 고부랑 명아주 지팡이 짚고 걸어 가시기에는 너무너무 먼 곳이었거든. 그냥 하늘 더 넓게 보이는 산에 오르셨겠지. 그러고는, 거기 가사랑 바리때가 든 바랑을 모로 베고 누워 지그시 눈을 감으셨겠지. 눈감으면 뭐든지 다보이잖아. 여러 해 지나, 꼬맹이들이 진달래 꺾으러 산에 갔다가 철쭉꽃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고갯마루에 맷방석만한 율무밭을 보았대. 뻐쭈거니 늘어선 율무 줄기, 마른 잎들이 봄바람에 버석버석 갈리고 있더래. 마침 고개를 넘던 한 젊은 스님이 율무밭 쪽에 세 번 큰절을 올리고, 한 움큼 율무를 다서 바랑에 담는데, 한 아이가 물었지.

“스님! 왜 율무밭에 절을 하세요?”

스님이 이야기하기를 “이 외딴 길섶에 난 율무는 필시 도 잘 닦으신 어느 노스님 목에 걸렸던 염주가 싹이 튼 걸 거야. 깊은 산 양지쪽에 이런 율무밭이 더러 있단다. 요다음 다래 따러갔다가 이런 율무밭 또 보거든 너희들도 큰절 세 번 올리는 거다 응!” 그러셨대.

_<방랑시작> ‘옛날에 옛날에’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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